표절 영화라서 나도 '표절'을 해서 봤다. 그래서 표절에 대해서 언급은 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지금 <최종병기 활>이 표절을 했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 글에서 <최종병기 활>은 표절 영화가 아니다. 표절 영화가 아닌 영화를 표절영화라고 칭하는 것은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표절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의문스러운 것은 왜 '최종병기'라는 수식어를 제목에 사용했을까 하는 점이다. 한 글자로 된 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활>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활'이 주요 소재라는 것을 쉽게 어필할 수 있다. '최종병기'라는 말은 군더더기다. 게다가 '최종병기'라는 표현은 왜색이 짙다. 오랑캐를 쳐부수고(?) 우리 나라 사람을 구해 오는 민족주의적인 주제 의식을 가진 영화에서 선택하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최종병기 그녀'라는 일본 만화의 제목을 '표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문두에서 표절에 대해 일절 언급치 않기로 한 나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기에 묻어 두기로 한다.

네이버에 "최종병기 활"로 검색하거나 "최종병기 활" 감독을 검색하면 "표절"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 표절 영화라는 의심이 광범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정당한 과정을 거쳐 영화를 소비한 정당한 소비자가 아닌 까닭으로 '표절 영화'라는 의심을 할 자격이 없기에 다른 이들의 당치도 않은 이런 의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