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아팠다. 떠도는 입자 같은 삶이라도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기만 한다면 아프지 않을 것이었다. 요컨대 내 문제는 내가 '충분히' 이기적이지 못한 데에 있다.

"넌 너무 어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한 말이었다. 20대의 술자리에서 저 정도 쓴소리를 육두 문자 속에 넣어서 주고 받는 것은 반드시 진지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사실 그는 내게 매캐한 진실을 알려 주었던 것이다. 난 그의 호의를 이제야 느끼고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다. 나는 어리다."

앞으로도 자랄 것 같지도 않다. 죽을 때까지 자라지 않는 건 어린왕자 뿐이 아니니까.

"어린 왕자는 뱀에 물려 죽었어."

중학교 때 내가 알았던 진실이란 그런 것이었다. 비웃음으로 답하던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길 가다 우연히 만난 그 친구는 내 얼굴은 기억해도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다. 아마 '어린 왕자의 죽음'도 잊었을 거였다. 그런 건 잊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 친구는 자라는 사람이었다. 내게 어리다고 말한 친구도 자라는 사람이다. 나는 자라는 사람이 아니다. 내 돌아오는 길이 아픈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봉사하는 삶이나, 부자가 되기 위해 목숨거는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 나는 아직도 이기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