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어있는 동안에는 항상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끊임없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자고 있는 동안뿐이다. 사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니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 문제는 어쩌면 중요할 수도 있는 이 순간을 충분히 열심히 임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이른바 "후회"라는 것은 바로 이로부터 연유하는 것일 테다.

요즘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단어는 '욕망'이다. 나를 거쳐 가는 다른 이들의 욕망이 버겁다. 때론 살짝, 때로는 무겁게 나를 가로지르는 욕망이 나를 숨막히게 한다. 욕망이 반드시 나의 행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내가 무언가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나, '나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내가 무언가를 해 주길 바라는 것'이나 똑같은 무게로 나를 숨막히게 한다. 내가 살아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관계의 무게다.

정리하면 나는 내 자신의 '진짜 욕망'과, 타인의 욕망으로 인해 내가 가져야 할 것으로 요구되는 '가짜 욕망'의 교집합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욕망과 욕망의 부딪힘으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불꽃이 나를 쓰라리게 태운다. 그 안에 분명히 진정한 무언가가 있을텐데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욕망을 위해서 사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욕망에 충실하기만 해도, 나는 다른 사람의 욕망도 이해할 수가 있을 게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임하는 '연기'에 취해 있을 뿐이다. 나에게는 욕망이 별로 없다. 아마 나는 얼마간의 내일이 지난 뒤에 분명 후회하는 삶을, 그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한 채 살고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