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를 붙여 다니고 있는 산행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대중 교통을 타고 서울 근교의 산을 다니다 보면 새벽에 일찍 산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을 느낍니다. 대체로 연세가 있으신 어른들이 많지만서도 가끔 젊은 연인들도 보입니다. 나이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들에게서 불륜(
?)의 향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오
늘 갈 산은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명지산(明智山)입니다. 이름에서 무슨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산행 코스가
제법 길어 새벽길을 떠났습니다. 상봉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가평역으로 1시간 정도 간 다음,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시점인
익근리를 향해 40분 정도 가면 됩니다.
터미널 앞에서 아침식사를 했는데, 급하게 먹고 시골길을 40분간 달린 까닭인지 멀미와 함께 급체가 왔습니다. 야속하게도 버스 기사 아저씨의 운전 솜씨는 서울의 총알버스 뺨때리게 거칠더군요. 동행하신 분의 증언에 따르면 안 그래도 하얀 제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고 하더군요. 산행에 앞서 급격한 컨디션 저하로 포기까지 고민한 순간이었습니다.
늦은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에도 아직 진달래가 많이 피었네요. 자세히 안 봤는데 철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쭉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승천사 입구가 저희를 반겨 줍니다. 명지산의 이름이 '明智'임을 안 것도 여기에서였습니다.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런지 오늘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사람 대신 살모사가 저희를 반겨 줍니다. ㅋㅋ(사진이 잘 나왔네요.)
여기까지만 해도 평탄하던 길이 제1봉을 1.5km 정도 앞두고 쉼없이 경사가 나타납니다.
올라가면서 이 산이 내게 주는 지혜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깨달음보다는 오만 잡생각이 다 납니다. 하늘도 맑고 볕도 따뜻한데 바람이 제법 찹니다. 그래서인지 걷는 걸음이 더욱 상쾌합니다.
드디어 정상인 명지1봉에 올랐습니다. 장관이네요.
정상석을 보면 '가평'이라고 쓰인 글자가 어색합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정상석과 달라서 누군가 덧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가 했는지 미적으로 센스가 꽝인 인간이네요.
마지막으로 2봉에서 한 컷.
명지3봉에서 애재비고개로 내려와서 연인산으로도 갈까 했지만 시간상으로 늦어서 백둔리 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된 관계로 사진을 찍진 못했네요.
올라가는 길이나 내려가는 길이나 사람이 드물어 탁 트인 느낌을 받는 산행이었습니다.
오늘의 깨달음: 산 타기 전에 식사는 간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