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하루를 자른다.
1시 반이 2시 반이 될 때까지의 느낌으로,
잘라내서 무심코 버린다.

한때는 쓰레기통이 길에 있던 시절이 있었다.
버려진 시간들을 모아서 봉투에 담아서
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규칙적으로
버리고 버리고 버려서 만든 탑이
공기처럼 사람들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2시 반이 3시 반이 될 때쯤
허리춤에 진동이 울리고 한 통의 죄책감이 배달된다.
또 다시 하나를 잘라내어 버렸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요즘들어 콜라가 너무 맛있다.
이빨이 상할지도 모르니 좀 줄여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우유를 좀 사 왔어. 혹시 키가 더 자랄지도 모르잖아, 하고
작게 웃었다.
그 우유를 먹은 뒤에,
또 하나의 죄책감이 배달되어 왔다.
어제 뱃속에 버린 믹스커피가 이제 맹장에 도착했다고 진동을 보낸다.
그때서야 난 이제 맹장이 없다는 걸 깨닫지만,
뭐 좀 어떤가.

3시 반에서 4시 반이 되기 전에
정확히 세시 오십 삼분에 마지막 시간을 잘라내어 버리고
버스를 탔다.
하루종일 남은 것이라곤
이 글 밖에는 없다. 그래서 여기다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