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싶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언제까지나 소망에 머무르고 있는 나의 시가 예정일을 훨씬 넘기고도 세상에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가끔 초음파로 나의 시를 바라본다. 그것들은 덜 여문 단어들과 흐릿한 문장들로 뒤척이고 있는 하나의 덩어리다. 가끔 하품을 하기도 하는데, 졸다가도 그 하품을 꿈에서 보곤 한다. 그래봤자 펜만 들면 사라져 버린다.

허니버터칩 같은 가공의 물건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건 먹어봤다. 그리고 사실 허니버터칩을 먹어도 그렇게 맛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아직 내 배가 아프다는 거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내 아이를 볼 수 있을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정말 시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시를 쓰고 싶었던 것'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를 쓰고 싶었던 것까지는 진실인데, 막상 시를 써놓고 그 시를 어떻게 다룰지는 생각은 안 해봤다. 고민 없는 불장난에 불과했다. 그건 내가 삶을 대하는 가벼운 태도와 똑같이 닮아있다.

여전히 배가 아프다. 그리고 계속 배가 아플 예정이다. 시를 쓰고 싶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