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을 예정이다." 그가 금연을 이야기했을 때 그것은 너무나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하마터면 대답을 하지 못할 뻔했다.

다만 그 때 우리는 너무 취해 있었기 때문에 그만을 나무랄 일은 아니었다. 진부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순전히 술이 문제다. 게다가 우리는 안 지도 1년이 안 되는 조금 멋적은 사이였고, 그가 술에 취하면 일방적인 선언을 즐겨 한다는 것조차 미처 파악하지 못한 관계였다. 여럿이 어울려 술을 마신 적은 많았지만 단둘이 먹은 적은 없었다. 게다가 여럿이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을 조금 더 숨기기 마련이다.

"담배 그거 끊으려면 끊어. 좋은 것도 아니니까. 잘 생각했어. 너를 위해서나, 애기를 위해서나 말이야."

의례적인 대꾸에는 별 신경도 안 쓰는 듯 그는 눈 앞에 놓인 잔을 비우고 벌써 식어버린 찌개를 떠 먹었다. 빈 병이 두어 병 두서없이 놓여있는 테이블 위에 미묘한 공기가 어색하게 자리잡았다.

갑작스레 나에게 퇴근시간이 지나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제의한 것은 그였다. 결혼한 지 두 달만에 아이가 생긴 그는 부쩍 피곤해 보였다. 자세하게 알기는 어려웠지만 여러 번 일을 빠졌고, 그 때문에 라인 전체에서도 눈총을 받고 있었다. 가끔 휴식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면 나는 그의 입술에서 흔들거리는 하얀 딱지가 눈에 거슬리곤 했다. 말투는 예전과 마찬가지였지만 어쩐지 윤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담배 그거 끊어야지."

그는 성의없이 말을 던져놓고 잠시 내 눈을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반장 욕을 할 것처럼 입술이 실룩거렸지만 거기까지였다. 무슨 말을 기다릴 것도 없이 나는 내 눈 앞의 술잔을 비우고, 마지막 남은 술병을 들어 그의 잔을 채우고 내 잔에 나머지를 따랐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시간을 채우는 요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색한 공기를 걷어치우듯 그는 반장 욕과 늘 나누던 시덥잖은 직장 이야기로 서둘러 돌아왔기 때문이다. 남은 찌개 국물과 몇 병의 소주를 더 마시고 나면 우리는 다시 라인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공기가 제 궤도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담배를 끊을 예정이라는 것도 결국은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다. 나는 계산을 하면서 차라리 그의 얼굴을 한 대 때리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순간 그의 손에 쥐인 담배를 패대기치고 밟고 부수고 찢어버리는 것을 상상했다. 그건 내일 내 앞에 놓일 단조를 부수는 극적인 한 방일 지 몰랐다. '어느 쪽이든 한동안은 담배를 끊지 않을 수 없게 되겠지.'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는 밖에서 기다리다 내 웃음기 있는 얼굴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담배를 끊을 거면 지구를 지켜야 한다거나 그런 거창한 이유를 다는 것이 낫지 않아?"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나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그것도 좋겠지."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길로 돌아갔고, 다음날 그의 얼굴에는 하얀 딱지가 범위를 넓혔고, 입술은 바른 약으로 번들거렸다. 또 술을 마시게 되면 그 때는 그를 위해 반장 욕을 더 찰지게 해줘야지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