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 사실만으로 가슴이 눌려온다. 그 누름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으며 그 사실만이 마음을 잡아당겨 어떠한 길로 끌어간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다만 그 여정에서 옆과 뒤를 돌아다보면 많은 것들이 지나가 있고, 지나가고 있으며 어느 순간과 어느 지점마다 놓여있는 내 발걸음들이 다른 발걸음들 사이에서도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빛으로 뿌옇게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다. 우리는 그것들이 언젠가 무늬를 이루고 얼개로 짜여 삶이라는 거대한 그림이 되어가는 것을 언젠간 알리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