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마시지 않은 아사히 수퍼드라이 삼백 오십 밀리 캔이 책상 위에서 날 노려보고 있다. "어째서 날 마시지 않는 거야? 취하고 싶지 않아? 그러려고 날 산 거잖아. 어서 마시라구. 아니 마시지 않을 거라면 냉장고에라도 넣어 주지 그래. 이래서는 마시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는 게 당연해지잖아." 나는 눈싸움에서 질 생각은 없었다. 어째 가운데 날 생자가 더 납작해지는 느낌이다. 

마시지 않은 취기를 예금하기라도 하듯 나는 그를 좀 더 내버려 두기로 한다. 밤마다 피곤이 이자처럼 불어나므로 나는 눈을 서둘러 닫고 그 날의 필요한 취기와 피곤을 정산해서 꿈의 주인에게 결재를 받는다. 아사히는 내일 오전에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