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30

한숨처럼 더운 선풍기 바람과 딩딩거리는 이름모를 노래가 뒤섞여 내 눈 앞의 창문 모서리를 푸른 공기로 채운다. 이런 공기는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애써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으레 이 뒤죽박죽으로 인해 좌절하고 만다. 며칠째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딩딩거리는 노래는 아까부터 계속 딩딩거리기만 한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글을 쓰자면 그래도 쓸 수는 있으리라.

어제 꿈에서 본 큰 말벌이 머릿속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다. 쏘지도 못할 커다란 독침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꿈의 가장자리까지 달려나갔는데, 잠에 깨고 나서도 나는 달려나갈 것처럼 발꿈치에 힘을 주고 있었다. 해몽 사이트를 확인하니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심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한참 전부터 나는 내 꿈이 나에게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감은 교과서처럼 정확하지만 지침처럼 구체적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꿈은 전부 다 맞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옳은 길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꿈으로 인해 나는 운명론자가 되었다.


2015. 7. 31

이번에는 해고당하는 꿈을 꾸었다. 해몽 사이트에서는 길몽이라고 하는데 나는 영 마뜩치가 않다. 꿈이라는 것은 어찌나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실은 맞는 방향이기를 바라는 모자란 나의 희망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은 나약하다. 꿈보다 더 꿈같은 현실 속에서 품은 생각 그대로 살아가기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