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는 날은 다섯 시에 기상, 그렇지 않은 날은 일곱 시.

이렇게 살아온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기억이 알람처럼 정교하게 잠을 깨우게 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깊은 잠에 빠질 새벽에는 한 시간 정도의 구간마다 잠을 깨는 한편, 잠을 깨어야 할 아침 무렵에는 10분 단위로 잠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못해 알 수가 없다. 잠으로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잠에 드는 시간은 규칙적이지 않다. 주로 내가 잠이 드는 방법은 몸에서 "어서 자도록 해"라고 말해주는 순간 침대로 가서 엎어지는 것인데, 그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퇴근해서 돌아온 뒤 컴퓨터를 켜고 잡다한 일을 본 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글을 읽거나 아니면 주말에 읽으려고 사 둔 책을 펼치곤 하는데 그 내용의 몰입도에 따라 몸의 신호가 오는 시간이 바뀌는 것이다.

잠드는 시간도 정확하게 정하면 어떨까? 일이 있는 날은 밤 열 시, 아닌 날은 밤 열두 시. 물론 그 다음 날에 일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정한다면 하루의 의미는 얼마나 나에게 남아 있게 될까? 다섯 시에 일어나서 열 시에 잔 날들.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하루의 의미는 무엇인가. 차라리 '허삼관매혈기를 읽고 한 대목에서 눈물을 찔끔 흘린 날'이나 '조카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기분이 좋아서 사진으로 남긴 날' 이런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다섯 시에 일어나서 열시에 잔 날이라니. 뭐 그따위 인생이 있다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