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고 있다. 나는 잠수함 밖에서 조용히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끔 기포가 보글보글 솟아올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잠수함 안은 어둡지 않게끔 유백색 조명이 밝혀져 있고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목제 타일이 깔려 있다. 철문이 여러 개 보이고, 문 사이사이에 흔한 장식용 탁자가 놓여 있다. 지나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내가 있는 곳과 저 곳의 물리적 거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10센티미터가 안 되는 철판을 가운데 두고 나는 물 바깥에서 안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문제없지만 곧 공기가 필요하게 될 터였다. 나라고 딱히 다른 사람과 다른 폐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약한 편이다. 학창 시절 3천 미터 오래달리기에서 한 바퀴 이상 뒤처진 꼴지로 들어온 기억이 있다.

이 잠수함은 고장이 났는지도 모른다. 이미 모든 사람이 다 떠나고 없을수도 있다. 사람이 있을 거란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30분 전부터 지켜보고 있지만 그런 낌새는 없다. 잠수함 전체가 숨을 참고 있는 아이처럼 조용하다.

나도 숨을 참는다. 바닥에서 수십여 개의 기포가 올라가다가 발에 닿아서 고르륵거리며 터진다. 간질거린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하지만, 역시 물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만들어낼 수 없다. 주변은 완고한 군청색의 낯빛을 하고 나와 잠수함을 둘러싸고 있다. 창문을 두드려 본다. 역시 대답이 없다.

눈이 없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는 바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여전히 오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