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네에서 길을 잃었다. 주변 풍경들이 방향을 잃고 좌우가 흔들리듯 돌아다닌다. 이럴 때는 걸음이 조급해진다. 시계를 자주 보게 된다. 시간에 대한 염려가 지나친 것은 오래 지닌 습관이다. 낯익은 동네가 던져주는 날선 낯섬으로 짧은 시간이 길고 불안한 것으로 바뀐다. 나는 서둘러 땀을 닦아낸다.

아는 곳이 나타난다. 표지판이 익숙하다. 인상뿐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모르는 곳에서 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뱅글뱅글 돌던 좌우가 또렷해진다. 풍경은 놀랄만큼 빠르게 안정을 찾는다.

시간은 아직 이십 분이 지나지도 않았다. 아까 지나왔던 길이 새로운 익숙함으로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