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많은 이야기들이 공기를 가로질러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말의 중간을 잘라내고 내 이야기를 이어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쉴만 하면 전화가 온다.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전화다. 혹시라도 말허리가 잘릴까봐 단어들은 몸을 추스르지도 않고 바로 귓바퀴에 달려든다.

나도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이야기의 동강난 틈새를 접착시켜야 할 순간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마워하지 않는다.

2.
전쟁터에서 한 상사가 말했다. "총알은 쓰라고 있는 거야. 이 전쟁은 총알을 쓰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것이 땅에 박히든 네 몸에 박히든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써야 할 총알이 이만큼이 있으면, 그걸 다 쓰면 전쟁이 끝나는 것이지." 총알은 결코 다 쓸 수 없었다.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 끝납니까?" 이등병이 물었다. 상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은 적진에서 들려온다. 드르르륵

나는 전쟁이 싫다. 총을 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 하루라도 총을 쏘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길다란 참호의 한쪽 벽에 기대어 한 권의 책을 읽고 싶다. 총 쏘는 소리와 포탄이 낙하하다가 땅에 이르러 지반을 흔들며 큰 소리를 내는 것에서 배경음악처럼 멀찍이 떨어져 나의 총소리로 그것들을 이어붙이지도 않고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래도 내게 한 그릇의 밥만 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총 쏘는 사람들, 총 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를 하면서 총을 쏘는 사람들의 전쟁터에서 전투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