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졌던 것을 잃어버렸을 때, 아니 내 것임이 너무나 분명하여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실은 내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실망이 강하게 나에게 부딪혀올 때 웃을 수 있는 힘센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산을 올라갔다가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에는 반드시 내려가서 잘 다녀왔노라고 말할 준비를 마쳐야만 한다. 실은 정상을 가지 못하더라도, 산 중턱에서 못생긴 나무 밑에서 잠시 자리를 깔고 앉아 노래 한 토막을 부르고 내려오는 길에라도 그런 준비는 해야 한다.

그 때 운좋게도 내 옆에 같이 다닐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더라도,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기댈 곳이 아니라 내 옆의 사람이 기댈 곳이 필요할 때 기대게 해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일 것이고, 그럴 때여야만 내 옆의 그도 내가 기대고 싶을 때 기대게 해 줄 느티나무같은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