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이나 앞이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옇고 어두운 시기에 한 실수들을 나는 상처로 남겨두고 있다. 밤에 잠을 설칠 때나 살면서 아차 싶은 순간에 놓일 때면 그때의 선연한 아픔을 어렵지 않게 불러올 수 있다.

뿌옇고 어두운 것들이 나를 감싸고,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내가 한 말들이 전부 표류하고 있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남겨둔 찢어진 옷자락을 모두 내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웃음을 되찾을 때까지 나는 발가벗은 채로 해무를 두세 벌 껴입고 살았다.

저 먼 타국의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과 살을 맞대며 살아나갈 때, 누굴 기다리며 서늘한 입김을 불어대던 초겨울의 추억을 해무로부터 놓여난 지금까지 놓지 못하고 있다. 그건 부끄러움일까? 파도치는 망망대해가 아직도 눈앞에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