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써보고 싶은 글감이 두 개나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절단해 낸 자리에 찾아오는 환상통에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그래서 메모는 중요하다. 나는 일단 떠오르는 대로 적어 내려가는 글을 좋아한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소위 '찰진 맛'을 주고 싶다. 머리가 나빠서 문장의 호흡은 짧은 편이 낫다. 블로그는 이런 글을 담기에 좋다. 어쨌든 메모는 중요하다. 메모해 놓은 것이 많은 글일수록 한 번에 써 내려가기가 편했다.

얼마 전에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것"에 대하여 쪽글을 남긴 적이 있다.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난 마음이 요구하는 것보다는 머리가 시키는 것을 더 신뢰하는 '당위형 인간'이므로. 마음이 가리키는 길을 가도, 혹은 가지 않아도 어차피 생채기는 남는다. 이럴 때는 머리 쪽이 낫다. 다만, 내 머리가 틀렸다 해도 나는 영원히 그건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건 조금 아쉽다. 모험을 선택하지 않는 작은 댓가다.

머릿말. 글의 머리에 두는 말이다. 보통 한 단락을 요약하는 단어나 짧은 문장이 들어간다. 길게 늘어놓는 말보다 이런 반짝이는 조그만 단어가 낫다. 오늘부터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이 블로그의 카테고리명을 '머릿말'로 바꾼다. 괜찮은 작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