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인격과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면, 나와 친구가 되기 위하여 지금이 적시다. 난 지금 그 녀석이 설정한 길과 양 옆으로 높게 쌓아올린 벽의 높이를 실감나게 체험하고 있다. 모든 것이 백만 년 전에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것이 분명한 모양을 갖추고 날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안다.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가지 않게 해 달라거나 경로를 바꾸어 주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 소원은 그저 그것이 옳은 것이어서 내 마음을 많이 부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면 좋겠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