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독불장군처럼 자기의 생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 자신이 타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면서 타인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는 식으로 갈등이나 불화의 원인을 전가하는 태도는 이러한 사람들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다.
이런 사람들과 팀플레이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벅찬 일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에는 무시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 사람의 억지를 모두 받아주자니 답답해서 어찌할 수가 없다. 더욱 속이 터지는 것은 그 사람이 마치 자신이 무척 잘나서 지도자의 위치에 '어쩔 수 없이 있어 주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태도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독재자는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중국집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 미리 메뉴를 정하려고 대화를 한다, 어떤 사람은 양장피를 먹고 싶고, 어떤 사람은 류산슬이 먹고 싶고, 어떤 사람은 탕수육이 먹고 싶다. 그러나 이 '지도자'께서는 무려 깐풍기가 드시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중을 알지 못한 채 양장피가 나오고 류산슬이 나오고 탕수육이 나오니 아주 답답하다. 10분간의 설전 끝에 이 '지도자'께서는 중국집에 가기를 포기하시고 각자 먹자고 한다.
깐풍기를 먹고 싶은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나로 말하자면 깐풍기도 좋아하고 탕수육도 좋아한다. 그래서 무엇을 먹어도 별로 상관이 없다.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탕수육이 좋기 때문에 탕수육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깐풍기를 먹어야 할 이유를 여러 가지 들어 설득하려 한다면 일단 경청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뒤에, 어느 누구도 불만이 없는 상태에서 깐풍기를 먹는다면 나는 맛있게 깐풍기를 같이 먹어 줄 것이다.
독재자의 심리는 다르다. 어떻게든 이 무리를 '선동'해서 모두가 처음부터 깐풍기를 먹고 싶었던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반응하기를 바란다. 겉으로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양, '무엇이 먹고 싶냐'며 물어보지만 그 질문에 그저 진실하게만 답하는 사람처럼 독재자를 대하는 태도로써 빵점인 사람은 없다.
재밌는 것은 이런 독재자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아주 철저하고 집요하게 절차를 지키려 애쓴다는 것이다. 최대한 다수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진정한 절차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하고도 타인에게 흠 잡히지 않을 '겉껍데기'뿐인 절차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독재자는 절차에서 가장 건조하고 중립적인 부분, 말씨와 토씨에 그야말로 목숨을 건다. 따라서 독재자에게 토론은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서 꼬투리를 잡아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데 목적이 있다.
꼭 정치가만 독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잘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많다. 다 같이 즐겁게 점심을 먹으러 가서는, 마치 자신이 모두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켜 줄 민주적인 지도자인 양 의견을 취합하고는, 자기가 먹고 싶은 깐풍기가 아니면 작파해버리려는 '아주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은 상종하지 않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