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열중하는 순간에 나는 그 열중할 수 있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다른 이들에게 좋게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열중의 시간이 너무 짧다. 그것은 열중할 일이 사라져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열정'이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마치 잘 마른 장작이 탈 때는 시뻘건 불빛을 내다가 금방 잿더미가 되어 버리는 것과 같다. 나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는 사람이다.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면, 짧은 순간 몸을 태우고 사라지는 잿더미가 아니라, 오랫동안 세상을 밝히고 데워주는 숯이 되기 위해 지혜롭게 열정을 안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지혜를 얻기 위해 오늘도 배운다.

상무대의 화학학교의 구호는 '알아야 산다'다. 최루가스 같은 아픔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알아야 살 수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