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도 모자라, 인면수심의 소아 성폭행 사건까지 터지면서 그야말로 한국 사회의 '헬게이트'가 열렸다. 뉴스를 보면서 내쉬는 한숨소리에 지반이 내려앉을 지경이다. 필자 본인도 길 가다가 어린이를 마주치면 쳐다보기도 무섭다. 일부러 볼 까닭도 없다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경찰은 '야동(?) 비상령'을 내렸다고 한다. 청소년 폭력에는 웹툰과 게임 단속으로 대응하더니만, 이젠 야동으로 책임을 돌린단다. 물론 야동을 보는 것이 떳떳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저작권까지 싸그리 무시해 가며 각종 P2P 등지를 통해 음성적으로 퍼지는 이러한 동영상을 단속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왜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는 만만한 놈 타겟 삼아서 이번 상황만 면피해보자는 보여주기식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신문은 이와 같은 중대한 파렴치 범죄가 일어나면 '독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답시고 얼굴을 드러내는 만행(?)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만행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얼굴이 자주 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다음 호 신문에 뻔뻔하게 사과문을 싣는다. 신뢰성도 담보되지 않는 보도를 '사과문' 하나로 퉁치려는 패기도 역겨우려니와, 그저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신성한 책무가 끝난 양 뻐기는 단순함도 우습기 그지없다.

범죄에 대해 사회가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지금은 부정할 수 없는 진술이 되었다. 예전에는 범죄자를 보통 인간과는 다른 별종이나 변태로 취급하는 선에서 모든 책임을 정산하고는 했지만, 지금은 가정환경의 문제나 교육현실, 사회안전망의 부재와 같은 사회적 환경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게임이나 웹툰, 그리고 야동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한 한 매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문제다. 모든 문제는 복합적인 여러 가지의 원인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따라서 야동이 성폭행의 주 원인이라는 진단은 이러한 상식에 벗어나는 것이다. 성폭행 범에게 동기를 물어 보면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에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와 앞서의 진단이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나는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