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말이야 시,
시발에서 뒷 글자를 떼면 시라고 시.
그러니까 시는 발이 없어.
발이 없으니까 아무데도 못 가는 거라고.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도 없다니까.

그게 바로 나.
오래된 잡지 같은 나.
자유분방하고 매력 넘치는 기자들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뉴요커 스타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공무원처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칼퇴할 때까지
바보에는 어느 조사가 어울리는지
재미도 뭣도 없는 미팅을 하다가,
돌아가는 길에 맥주 한 캔을 사서는
쪼그라든 방광을 채우고 그리고 들어간 집에서
밤마다 섹스 판타지로 칼럼을 쓰지만,
어차피 단 한 명의 독자도 없어서 쓸모가 없는
그런 잡지 말이야.

내 기억에 너는 아름다운 잡지였다.
누구든 너를 읽고 싶어 했어. 그래서,
너는 방문 판매 같은 것은 하지도 않았지.
내 잡지는 말이야.
쪼글쪼글한 피부에 파운데이션을 흠뻑 칠한
집사님 같은 아줌마들이 집마다 찾아간단다.
(그래도 자기들은 처녀라고 우겼지 아마?)
초인종을 눌러서는,
뭣도 모르고 문을 열어 준 병신들에게 뜯어낸
그 월급으로 내 빈약한 망상을
다음 호에도 실을 수 있다고.

다음 호에도 나는 시를 실을 거야.
맞아. 바로 그 발 없는 시
나는 내 시에 발을 선물하고 싶어.
시발 시발
욕이나 실컷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