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새해가 밝았다.

달력을 갈아야 하는 양력의 새해에는 조금의 새로움이라도 느낄 수 있는데, 구시대의 유물 같은 음력 설은 빨간 날을 사흘로 늘여 붙인 것 외에는 도무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맛이 없다. 그나마도 금년에는 대부분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단 하루를 휴업하는 것으로 그친다고 하니, 설을 맞아 정말로 기쁠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부터 든다. 쉬는 것을 무조건 게으름의 소치로 몰아붙이는 것이 이미 한국 사람의 고황에 든 병이다. 올해에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세간에서 임진을 '흑룡의 해'라 부르며 상업에 이용하는 일이 잦다고 하니 경계하는 마음이 든다. '흑룡의 해'라는 말이 임진의 '임'이 방향상 북방을 뜻하고 오행에서 북방의 색을 흑색이라 하는 것에 빌붙어 만든 것으로 전거에 없는 용어라는 사실은 오히려 넘어가더라도, '임진'이니 '정해'니 하는 것들은 편의에 따라 한 해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서 애당초 임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였으면 '흑룡의 해'이니 '황금돼지의 해'이니 하는 것들은 일어날 빌미조차도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가 임진년이고, 임진년이니 흑룡의 해라서 기념해야 된다는 뜻은 달리 말하면 임진년은 임진년이니 축하해야 한다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새해를 맞아 자연히 즐기는 것은 가부를 논할 일이 아니지만, 요사한 풍설을 퍼뜨려 민심을 혼동하는 일부 사람들은 각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