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기성 스킨을 그대로 쓰지는 못하고, 결국 가장 기본스킨처럼 보이는 것을 이리저리 뜯어서 적당히 만들었다. 아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내 실력이 미치지 못하고, 쓰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조금씩 보완해 가면서 쓸 생각이다. 하지만 역시 스킨을 만들면서 느끼는 건 다 치워 버린다고 "깔끔"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단순한 아름다움은 복잡하고 정교한 것을 넘어서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뭐, 어차피 나는 블로그에 목숨 걸 생각이 없으니까 이 정도면 되었다. 스킨 깨작거리느라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편이라, 뭐 하나만 맘에 안 들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 우선순위를 배분하는 간단한 요령도 터득하지 못한 것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매사를 적당히 적당히 하려는 자세도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마리 토끼를 잡기에 골똘해서 농사일도 집안일도 다 내팽개치는 등신짓을 해서는 안 되겠다.

공부를 할 때도 이러한 내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일례로 시험에 임박해서는 Enthalpy라든가 Entropy의 오묘한 이치를 탐구하는 데 푹 빠져 정작 문제풀이를 내버려둔 덕분에 성적을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머리나 좋았으면 그런 탐구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으련만 그것도 아닌 바람에 난망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뭐 굳이 변명하자면 나는 문제풀이에 그렇게 약한 편도 아니다. 내 찍기 능력은 평균을 훌쩍 넘어간다고 자부한다. 다만 나는 오묘한 탐구에 빠져서 문제풀이를 준비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요컨대 나는 시험을 앞두고 문제풀이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우선순위 설정에 실패했다. 탐구야 시험 전에도, 시험이 끝나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괜히 쓸데없는 잡소리가 길었다. 주말을 앞두고 되게 심심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