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내가 다른 블로거와 화기애애한 의사소통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존댓말을 쓰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논리적인 글이나 정보전달을 위한 글을 쓰는 블로그들도 신뢰감을 주는 문어체의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불특정 다수를 설득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존댓말을 사용해야 한다. 나는 어느 쪽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논리는 애저녁에 가져다 버렸고, 전달할 만한 정보도 별로 없다. 설득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의사소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관심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편인 내가 다소 감정을 배설하는 형태로 글을 쓰는 내 블로그는 반말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 말은 존댓말과 반말의 경계가 너무 또렷해서 번거로울 때가 있다. 지금처럼 블로그를 반말로 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존댓말로 쓰는 것이 좋을까 굳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번거로움의 사례로 적당할 듯하다. 일본어 사용자나 중국어 사용자라면 하지 않았을 고민이다. 물론 일본어나 중국어에도 경어체의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이 있겠지만, 표현을 고르는 것과 어미를 고르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만약 비존대형 종결 어미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좀 억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