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랫만에 글을 써서 무엇을 써야 할지 조금은 어리둥절한 기분. 그래도 키보드를 잡고 있는 건 무엇인가 써서 이 끝이 없는 묵음(默音)을 떨쳐내야 한다는 당위가 나를 이끄는 까닭이다.
한동안 나를 붙들고 있던 의기소침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전부였을 때도 있었다. 한 마디의 말을 꺼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도 편안했던 침묵이 다시 불편해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 나이 삼십에 이르러서도 또 깨야 할 껍질이 있는 것은 누추한 일이다.
이 세상을 보고 있으면 나는 물론이고 내 옆에서 걷는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출구를 눈 앞에 두고 열심히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문은 계속 후진을 하고 있고, 그 후진하는 문을 따라잡고자 숨이 턱에 차도록 뛰는 사람도 있다. 불평이나 불만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그 문에 다다른들 그 다음에도 문이 없다고 도대체 누가 장담할 것인가. 이를테면 삼십이라는 나이는 별 게 아니라 그 뒤에 문이 더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걸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나이일 따름.
이 블로그도 다시 껍질을 깨어내고 숨을 쉰다. 나도 껍질을 깨어내고 숨을 쉰다. 껍질 이전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조금도 변한 것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