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를 볼 수 있는 일요일이다. 같은 일요일이라도 하는 일은 늘 달라지지만, 개그콘서트로 마무리하는 것은 늘 같다. 나는 TV를 그렇게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TV를 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개그콘서트만은 예외다. 개그콘서트가 없는 일요일을 상상할 수 없다. 거의 10년 가까이 나의 일요일을 책임지고 있는 개그콘서트는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그 10년 중 아마 첫 코너부터 보지 않았나 싶은 달인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난다고 한다. 김병만의 발목에는 아직도 뼛조각이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나는 김병만이 코너를 그만두기를 바래 왔다. 언제부터인가 달인을 보면 웃음보다는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픔이 먼저 느껴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감동도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감동보다 웃음을 느끼기를 바란다. 웃음이야말로 개그콘서트가 존재하는 첫째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달인만 17년간 해 오신 달인의 달인 김병만 선생이 류담의 손부채에 머리를 맞고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동안 김병만이 우리에게 준 웃음과 감동을 진심으로 고마워하게 될 것 같다. 그가 건강을 되찾고, 더 건강한 웃음을 주기 위해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가 있든 없든 개그콘서트는 앞으로도 계속 나의 일요일을 책임지겠지만,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 웃음에서 항상 빈 자리가 느껴질 것만 같다.

덧: 하지만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김병만이 개그콘서트를 그만두더라도 휴식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